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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하는 선배를 정말 굉장한 우연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때 나는 한참 농담반, 진담반으로 다른 과 녀석을 쫓아다니고 있었다. 지금으로치면 스토커도 그런 스토커가.. 쿨럭.. 없지만.. 어쨌든 .. ㅡ,.ㅡ;;;;;; 둘다 비쥬얼로서는 내게 있어 궁극의 이상형이였다. 언젠가 친구는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총체적으로 종합해보면 결국 하나의 얼굴로 함축된다고 했다. 그 하나의 얼굴을 그 선배는 가지고 있었다. 작고, 동안인 얼굴, 외국의 꼬마아이같은 홍조 띈 붉은 뺨과 작은 입, 적당한 크기를 가진 오똑한 코 게다가 눈은 작지도 크지도 않은 딱 적당한 크기로 새까만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항상 뭔가 불만인 듯한 얼굴이 환하게 웃을 때는 옆사람까지도 기분 좋게 만드는 뭔가가 있긴 했지만 그런 웃음을 짓는 적은 거의 없었다. 웃음은 스스로 제어하듯 피식거리는 한숨정도로 넘어가게 마련이였다. 내가 그녀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아르바이트로 대학생활을 점철되게 만들었던 이름이 긴 카페였다. 그녀를 다시 만날 꺼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내게 그곳은 굉장한 행운과 믿음을 가져다 주었다. 만날 사람은 기어이 만난다는 통설을 말이다! 물론 나는 그녀를 아주 많이 좋아하고 있노라고 대놓고 말하던 차였고, 그녀 또한, 그런 나를 싫어하지 않아 했다. 나는 그녀에게 최고의 친구가 되고 싶었다. 남자친구는 있었으니 어차피 그녀에게 있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는 없었다. 대신 그녀에게 최고의 친구가 되어보자고 했지만..;; 나의 저주받은 게으름은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만들었지만 어쨌든 친구들에게 나와 그녀의 관계는 사뭇 특별하게 보이는 듯 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 오해에 있어서 나는 매번 그렇지 않다고 일축하지만 친구들을 믿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친구들의 그런 언사는 억울하지 그지 없다. 사실 나는 그녀에게 자주 연락하는 편이 아니고, 그녀가 만나자고 한다고 무조건 만나는 편도 아니다. 물론 최대한 다른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 편.. 쿨럭쿨럭쿨럭..;; 이긴 하지만 어쨌든 친구들이 생각하는 그런 특별함은 그녀와 나의 관계에서는 별로 찾아볼 수 없다. 다른게 있다면, 말이 없는 그녀를 대신해서 나는 많은 말을 한다. 친구들과 만날 때는 주로 들어주는 입장이던 내가 그녀를 만나면 굉장히 많은 말을 즐거운 듯 한다. 그건 그녀가 편해서라기 보다는 화제가 맞는 것이다. 예전부터 친구들과 나는 대화의 핀트가 많이 어긋나고는 했다. 그것은 나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대부분 대화의 핀트에 맞추려고 노력을 했고, 친구들은 딱히 내가 대화를 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많은 말들을 서로 주고 받았다. 그녀와 나는 화제가 일치한다. 그렇다고 그녀와 내가 문학이나 예술에 대해서 심오한 대화를 나누는 건 아니다. 그저 몇일전에 읽었던 책을 이야기 해주고, 남자친구와 본 영화를 이야기 해주고 가끔가다 친구들 이야기도 섞고, 회사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도 하면서 그리고 미래와, 꿈과 예전부터 알고 있는 어떤 공통의 주제 그리고 언제나 대화의 궁극의 화두인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마를 날도 없이 해댄다. 그게 전부인다. 그건 친구들과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단지 친구들과는 취향이 다르고, 행동반경이 다를 뿐이다. 시간이 오래면 취향과 행동반경이 다른 사람들끼리 만나서 할 이야기가 적어지게 마련아닌가. 물론 딱히 행동반경이 비슷해서 그녀와 끝도 없는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개인적으로 친구들과 그녀를 공평하게 관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한 친구는 그렇게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이미 공평치 못하다고 했지만 거기까지는 쿨럭..;; 그녀에게 최고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것은 어떤 친구를 말하는 것일까? 사실 잘 모른다. 막연하게 늙어 죽을 때 까지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가 되면 좋겠다고 까지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녀가 나로 인해 성장과 발전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스스로를 운신도 못할 때 생각했었으니까.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다. 1년동안, 6개월동안 한번도 만나볼 생각도 하지 못하는 그녀이지만 나는 그렇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친구가 되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 되고 싶은지 한참을 생각해보지만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받고 싶은 건 아닌 것 같다. 그건 말하기 참으로 곤궁한 대답이겠지만 어쨌든 그건 내 바닥이기 때문에 더이상 열거할 수 없고, 어쨌든 그녀에게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고 싶은 것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장난반으로 쫓아다녔다는 그녀석. 고등학교 때 부터 일본문화에 심취해 있던 나는 일본틱(?)하게 생긴 일본스러운, 일본적인 것들을 좋아했다. 물건부터, 사람까지 음악도, 영화도 물론. 나의 잡스러운 여러 취향중에서도 오래토록 사랑받고 있는 일본풍의 뉘앙스는 사람을 판단하는 잣대로도 이용한 적이 있었다. 그 잣대에서 만족할만한 합격점을 받게 된 것이 바로 그녀석이다. 사실 지금은 얼굴도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같은 과 선배와 사귀고 있는 지 정도만을 기억하고 있다. 아니 사실 나는 그녀석을 아주 분명하게 비쥬얼로만 인식하고 있다. 녹색컨버스하이탑, 파란색챔피언백팩, 부츠첫데님팬츠 그리고 강동원이 하기도 전에 녀석이 하고 다녔던 일본틱한 샤기컷 결정적으로 녀석에게 회가 동하게 만들었던 귀옆에서 부터 턱까지 이어지는 기묘하게 예뻐보였던 얼굴선. 나는 전체보다 부분을 좋아하는 편이고, 숲보다는 나무를 보는 경향이다. 그런 나의 성향 덕에 내눈에 들어버린 그 녀석은 초등학교 동창의 친한친구였고, 내가 들어있던 영화패를 우습게아는 나름대로 하이소사이어티한 커뮤니티로서의 영화동아리의 멤버였으며, 중학교 때 좋아했던 여자애의 남자친구였고, 고등학교 때 얼굴만 알던 동창의 남자친구였다가, 내가 녀석의 근황을 전해들은 가장 최근의 소식에 따르자면 97학번들 중에게서 유일무이하게 밥을 얻어먹을 뻔 했던 전혀 후배들에게는 관심없는 96학번 선배의 남자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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